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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회고 | 번아웃과 퇴사 이후, 3년차 개발자가 다시 삶을 선택하기까지 본문

회고록

2025 회고 | 번아웃과 퇴사 이후, 3년차 개발자가 다시 삶을 선택하기까지

hyodduru 2026. 1. 4. 21:26

2025년을 시작할 때,
나는 이미 조금 지쳐 있었다.

3년 차 개발자로서
업무는 익숙해지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호흡도 편해졌지만
코드를 마주할 때마다 설명하기 어려운 공허함이 남았다.

기술적으로 부족해서가 아니라,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감각이 흐려지고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이런 질문을 했다.

“내가 개발자가 과연 맞나?”


의미가 닳아가던 번아웃

내가 겪은 번아웃은 야근이나 과도한 업무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다.

 

주어진 요구사항을 구현하고, 문제없이 배포하고, 일정을 맞추는 일은 비교적 익숙해져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일을 ‘생각하며’ 하기보다
관성처럼 처리하고 있는 내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왜 이 기능을 만드는지 깊이 고민하지 않게 되었고,
내 기준보다는 외부에서 정해진 방향에
무난하게 몸을 맞추고 있다는 감각이 컸다.

 

그보다 더 불편했던 건,
마음 한편에서 계속해서 다른 신호가 올라오고 있었다는 점이다.

  • 새로운 환경에 나를 던지고 싶다는 마음
  • 잠시 멈춰서 나를 다시 보고 싶다는 감각
  • 주어진 일이 아니라, 직접 창조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욕구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도 나는 계속 같은 방식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편했고, 익숙했고,
그래서 더 쉽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이게 정말 내가 원하던 내 모습일까?
생각하지 않아도 돌아가는 이 일상이,
내가 선택한 삶의 방향이 맞을까?

 

잘하고 있었지만, 그 ‘잘함’이 나를 앞으로 데려가고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그때부터 번아웃은
지침이 아니라 의문의 형태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지쳐가던 내마음~


개발자가 맞지 않는 걸까, 방식의 문제일까

번아웃 이후
나는 개발자라는 정체성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 개발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인가?
  • 깊이 파고드는 성향이 아닌데 이 일이 맞을까?
  • 이 일을 오래 지속할 수 있을까?

한동안은
“나는 개발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결론에 가까워졌다.

그리고 결국 잠시 멈추기로 했다.


거리두기의 시간 — 퇴사, 그리고 발리

퇴사를 결정하고 나는 발리에서 한 달을 보냈다.

 

요가를 하고, 혼자 시간을 보내며 아무것도 만들지 않는 시간을 가졌다.

 

발리에서 거의 맨날 요가를 했다 1일 1요가 ㅎㅎㅎㅎ

 

 

의도적으로
생산하지 않는 시간을 선택했다.

 

그 시간 동안
개발자라는 역할에서 한 발 떨어져
나를 다시 바라볼 수 있었다.

그리고 깨달은 건 의외로 단순했다.

나는 개발이 싫어진 게 아니라
나를 잃은 채 일하고 있었던 것뿐이라는 사실이었다.

 

속도, 성과, 결과에서 벗어나자 오히려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싶은 사람인지가 또렷해졌다.


 

1인 개발 도전 — 다시 코드를 잡다

 

거리두기의 시간을 지나며 나는 한동안 코드보다 내 마음에 더 오래 머물렀다.

쉬는 동안 내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고, 무엇에 움직이고 무엇에 머무는지를 알아차리며
자연스럽게 글을 쓰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 시간 속에서 알게 됐다.

나는 내 마음을 살피고, 그 감각을 문장으로 옮기는 일을 생각보다 훨씬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그러다 문득 이런 마음이 들었다.

 

내가 진심으로 아끼는 감각과 태도를 내가 직접 만들어낸 무언가에 담아 어딘가의 누군가에게 닿게 할 수 있다면,
그건 분명 살아 있다는 감각일 거라고.

 

그래서 다시 코드를 잡게 됐다.
이번에는 누군가의 요구사항이 아니라
내가 중요하다고 느끼는 기준으로.

 

2025년 말, 처음으로 iOS 앱을 혼자 기획하고 개발해 심사까지 제출했다.

 

하루에 한 문장을 전하는 앱.
기술적으로 완벽하진 않지만 내가 전하고 싶은 태도와 감각을 담은 제품.

 

이 경험을 통해 분명해졌다.

 

개발의 재미는 속도가 아니라

주도권과 책임의 균형에 있다는 것.

 


2025년을 지나며 세운 기준들

이제 나는
“어떤 기술을 쓸 수 있는가”보다
다음을 더 중요하게 본다.

  • 왜 이걸 만드는지 설명할 수 있는가
  • 이 일이 나를 말라가게 하는지, 살아나게 하는지
  • 속도보다 방향을 잃지 않고 있는지

그리고 하나 더.

진심은 통한다는 믿음

기술에도, 사람에게도,
그리고 내가 만드는 것에도.


2026년을 향해

2026년에 나는 회사로 돌아가기보다는 마음이 이끌리는 것들을 만들고 표현하며
내 마음이 알려주는 나침반을 따라가 보려 한다. 

 

그 결과가 어디로 이어질지는 모른다.
결과는 그저 내맡긴다.

 

대신, 내가 마주하게 될 여러 선택들 속에
이 의도만은 분명히 담고 싶다.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하고,
이미 충분한 나로서 풍요를 선택하며,
지금 이 순간을 현존하며 감각하는 것.

 


맺으며

2025년은 완성의 해가 아니라 정렬의 해였다.

아직 모든 답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어떤 질문을 붙들고 가야 하는지는 분명해졌다.

 

그 질문과 함께라면 개발도, 삶도 다시 오래 가져갈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내 삶을 사랑한다! 그것도 엄청! 

아 어쩔~~~~~~~~~~